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사람은 음악을 매개체로 감정을 전달할 때가 있다고 한다. 음악은 훌륭한 감정 전달의 매개체이자, 하나의 사진과도 같다.
악기로 멋진 음을 쌓아서 감정을 고조시키거나, 가사로 사람을 즐겁게 할수도, 슬프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Funeral은 그 너머에 있다. 음악은 매우 신나는 파워풀한 락 기반의 챔버 팝이다. 가사도 겉으로 보기엔 크게 튀지 않는다.
Rebellions나 Neighborhood #1은 굉장히 밝고 파워풀하고, 전혀 어두움이라곤 느낄 수 없는 곡이다.
하지만 아케이드 파이어는 이 음악 속에 엄청난 비유를 숨겨두었다. 상실과 죽음, 슬픔과 회피, 그리고 회복과 위로.
사실, 이미 앨범명인 Funeral부터 이 앨범의 가장 큰 떡밥을 던져준다. 장례식.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슬픔 중 하나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을 잃는 슬픔. 이것이 바로 가장 큰 슬픔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
락은 일종의 뮤지컬처럼 기승전결을 가질 때가 많다. 그리고 인간의 감정도 기승전결을 가질 때가 많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듯 하다. 슬픔과 상실의 기승전결을 그대로 앨범이 따라간다.
첫번째로는 가장 큰 슬픔의 마주. 두번째로는 슬픔으로써의 회피와 자책. 세번째로는 위로와 회복의 기승전결.
Neighborhood 시리즈로 시작한 앨범은 제일 첫번째로 슬픔을 마주하고 도망친다. 눈 덮인 산속 창문 너머, 우리가 기억하던 추억 속으로 도망친다.
그리고는 또 다시 자책한다. 우리는 이 슬픔을 이겨낼 만큼 큰 힘이 없다고 자책한다. 그러고는 슬픔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깊은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우리는, Wake Up을 통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가사에서는 모두가 침묵하고 슬픔에서 도망칠 때, 당당히 슬픔에 맞설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는다.
슬픔에게서 싸워 이겨내는건 큰 일이 아니다. 그저 운다. 슬픔을 받아들인다. 울어도 된다고 윈 버틀러는 강력하게 노래한다. 드디어 자신의 감정에 맞설 용기가 생겼을때,
그제서 우리는 다시 일어나 움직일수 있다는 큰 용기를 준다. Haiti는 아이티 출신의 레진 사샤뉴가 자신의 조상에 대해서 노래하는 노래지만, 그 안에는 추억이 서려있다.
이 추억은 Neighborhood와는 다르다.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이 추억을 다시 회상하며 그 사람들을 진정으로 생각할수 있게 됐음을 선언하게 된다.
Rebellions에서는 사람들이 빛을 숨긴다고 한다. 스러진 사람들의 슬픔이다. 이 스러진 사람들의 슬픔을 윈 버틀러는 다시 다가가 껴안는다.
우리가 눈을 감더라도, 세상은 네 곁에 있으며, 우리는 항상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해준다. 이로써 슬픔으로 도망쳤던 우리는 다시 사람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
In the Backseat는 매우 처절하면서도ㅡ 서정적인 음색을 가진 곡이다. 겉으로 보면 매우 음울한 가사 덕에 Funeral을 닫는 곡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Funeral의 가장 큰 주제인 회복 그리고 그 너머, 이제 우리를 차에 실어주던 가족과 친척이 없는 세상, 차 안에서 뒷창문이나 보며 남이 이끌어주던 세상을 자신의 손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말.
평생토록 운전을 배우고 있었지만ㅡ 평생동안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지만, 이제 내가 운전해야 하는 상황ㅡ이젠 내가 스스로 일어서야 할 때.
이제는 이별과 진정으로 이별하고, 감정을 추스르고 떠나간 사람들을 위해 떠나간 자리를 자신의 스스로의 힘으로 운전해 나가는 선언으로 곡을 끝맺는다.
아케이드 파이어는 데뷔 1집부터 현악기와 강렬하고 풍성한 락 사운드를 보여줬다. 갓스피드 유! 블랙 엠페러와 같이 대서사곡같이 레이어링하는 포스트 락이 유행할때,
대서사적 구성에 자주 쓰이는 챔버 구성을 가지고, 클래식한 파워팝 락앤롤 스타일로 기선제압하지만, 그 안에 우아함을 죽이지 않는 방법으로 우리 곁에 앨범을 풀었다.
그들도 포스트락의 문법처럼 거대한 서사곡을 완성하기 위해서 앨범의 구성을 웅장하게 시작해 중간으로 갈수록 서서히 잦아들다 후반부로 가서 점점 쌓아가더니 거대한 음의 폭풍으로 우리를 다시 뒤덮는다.
이 거대하고 신나는 음악의 폭풍 속에는 완벽하게 슬픔과 위로를 자연스레 녹여냈다. 앞서 말했듯, 아케이드 파이어의 곡은 전혀 겉으로는 슬프지 않다. 슬픈 곡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슬프게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주제와 가사를 곱씹다보면, 그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메시지가 입 안에서 터져나오며 우리를 따스하게 위로한다. 이것은 새로운 방식의 감정의 전달이라 할 수 있다.
Funeral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음악 외적으로도 훌륭하지만 대서사시 안에 우리를 향한 따스한 위로, 그리고 그것을 맛보기 위해 계속해서 씹다보면 반복해서 전해지는 위로가 우리를 움직일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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